본문 바로가기

23

2012-Oct

기타 MP3에 관한 답변

작성자: anonymous 조회 수: 2168

MP3에 관한 답변

MP3에 관한 논쟁을 듣자하니 기가 찹니다. 엠피가 판매를 촉진할 수도 있다느니 최소한 판매에 영향을 주진 않을 거라느니 하는 말은 미국 시장에서도 일부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말은 거대한 시장망과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의 이야기로, 우리 현실에 과연 어울리는 이야기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 우리는 불법음반과 정품의 매출량이 역전되었다고까지 이야기되는 골때리는 시장 구조를 갖고 있슴다. 엠피를 애교 정도로 봐 주기에는 다 쓰러져가는 놈 등짝에 칼 한번 더 꽂는 분위기란 말임다. 불법음반과 엠피는 싱글제도가 없는 시장구조 덕에 더 기승을 부리지만 아무도 이 문제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도덕 불감증은 지적하지 않고 있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사리 양심의 가책을 빠져 나갑니다. 그러던 와중에 희생된 것은 은근히 히트가 날 때쯤, 말하자면 따악 제작비를 회수할 즈음에 이르른 중소 제작자와 신인들을 무참히 날려 보냈슴다. 몇몇 메이저와 대형가수들 이외의 신인이나 중견이 공백 상태에 이르른 것은 이런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가 않아요. 인터넷을 보면 우리 가요계는 장사꾼들과 인형들이 망쳐 놓는다고 소리 소리 욕들은 졸라 하면서도 대중 자신들은 전혀 자기 반성이 없어 보임다. 이런 사태가 어디 누구 하나의 잘못만이겠씀까.

 

둘째, 우리나라는 아티스트들이 음반 판매 이외의 수익을 하나도 기대 할 수 없는 황당한 구조 역시 갖고 있슴다.(나쁜 요소는 다 있다구..) 외국에서 특히 록 음악은 공연:음반의 수익을 1:1 이상으로 보며 재즈는 공연 쪽이 더 높슴다. 엠피로 일단 이름을 알린 후 수익은 공연에서 내자라는 미국식 전략과는 완전 무관한 나라란 말임다.

 

셋째, 그럼에도 젠장 인터넷은 또 무지하게 강국에 들어갑니다. 음반 구매 층과 인터넷 사용자 층의 연령대 역시 맞아 떨어 집니다. 엠피가 실제 음반 판매를 잠식하지 않는다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들은 말입니까? 엠피 플레이어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나라가 어딘지나 아십니까?

 

넷째, 저작권 제도 역시 우리는 후진적인 현실이며 얼마전엔 쉽게 말해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로 변환하면 그놈이 소유주가 된다는 해괴한 법이 등장해 국제 개망신을 당할 뻔 한 게 우리 나랍니다. 저작권의 강화는 좀더 많은 '전업 작가'를 길러내게 합니다. 언제든지 프로가 될 수있는 수준 높은 아마추어들도 넓어져야 하지만 창작에 인생의 승부를 거는 전업작가 역시 더 많은 숫자가 간절히 간절히 정말 간절히 필요한 게 우리 나라란 말임다.

 

다섯째, 이게 사실은 내겐 더 중요한 이유인데, 기분이 졸라 나쁘단 말임다. 창작자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은 것, 아무나 와서 찍쩝 대면서 니 딸 유명 해질테니 좋아하라고 말하면 수긍이 가겠냐고 당신들은.. 게다가 아티스트가 애써 구상한 커버 디자인이나 글들은 빼고 알맹이만! 게다가 음질도 싫단 말이야.. 나는 좋은 소리를 만든답시고 당신들은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뺑이를 치고 스트레스를 받슴다. 개구리 내장 같은 케이블 더미 사이에서 잠을 자고 이러다 내가 정신병에 걸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까지 노브를 돌리고 버튼을 누르며 유명 엔지니어를 만나면 노하우 하나라도 알아낼까 싶어 왠갖 수작을 다부려야 한다구..엠피의 음질이 떨어지니 기뻐하란 말이 왠말이야..


엠피의 긍정적인 측면을 나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엠피는 수익 보다는 이름을 알리기에 목이 마른 신인에게 기회를 제공 할 '수도' 있슴다. 이미 시장에서 사장된 음반이나 방송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노출시켜 다양함이란 측면의 역할을 (잘하면)할 수도 있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함 봅시다. 어느 쪽이 순기능이고 어느쪽이 역기능이란 말입니까.엠피 사이트의 운영자들이 지금 그러한 문화적 논리나 사명감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씀까? 나 역시 '빽판'으로 불리던 해적 음반을 들으며 자란 세대로, 특히 헤비메탈 레코드의 라이센스 판은 거의 없고 원판은 가격이 어마무지한, 심지어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던 시대에 500원 짜리 흑백 인쇄의 빽판을 들으며 울던 기억이 선명하고, 점심 값을 아껴 테이프를 산 뒤 주린 배를 움켜 잡고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워크맨을 듣던 시절을 잊지는 않고 있슴다. 그러니, 정말 니 음악이 듣고 싶은데 돈이 없다 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불법 음반이나 엠피를 사는 사람이 있다면 뮤지션으로 그게 뭐 그리 불쾌한 일이겠읍니까. 그러나 과거의 빽판과는 달리 80년대 이후의 불법음반은 라이센스 시장이 아니라 자국 시장을 거의 붕괴 직전 까지 몰고 갔고, 현재의 엠피는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 한 득보다는 실이 엄청 더 클수 밖에 없는 문제아일 뿐임다. 그러한 문제들이 지지부진 시간을 끄는 동안 사라져갈 동료들 혹은 후배들을 생각하면(물론 나 자신이 포함 될 수도) 소비자도 아닌 운영자들에게 내가 욕 한마디 할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엠피를 '그저 듣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까지 내가 뭐라고 말을 하진 않겠지만, 지나치게 떳떳한 척하지는 마쇼.

 

2000년 12월 27일 04:54 am

from monocrom

List of Articles
여기의 모든 글은 해철님이 직접 쓰신 것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밴드이야기 Making Theatre Wittgenstein

밴드이야기 비트겐슈타인 소개

밴드이야기 Making Monoc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