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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세대와 세대 간의 문화적 전면전이 시작되고 있다"


연말이면 각 방송마다 각종 시상식이다 행사다 해서 부산해진다. 각종 순위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음악 방송이 연말결산이니 특집이니 하는 것들을 방송한다. 그러나 방송의 분위기도 시청자의 분위기도 웬지 모를 맥빠짐이 감돈다. 최근 컴퓨터 통신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보면 특히 젊은 층의 불만이 거의 극에 달하고 있음을 감지 할 수 있다. 실제로 인기가 있는 곡들과 방송상에서 그것이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부터 몇 개월 템포가 늦다라고 생각하려 해도 이해가 가지않는 순위들, 여러 가지 외모에 가해지는 제약들 등 젊은층들이 보기에는 외국의 그것에 비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고 지루한 방송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외국의 방송이나 뮤직 비디오 들을 통해 눈과 귀는 날로 세련되어 지는데 보여지는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래 한 곡이라도 진득하게 들을 수 있었던 예전의 방송에 비해 가수인지 코메디언인지 구별 할 수 없는 신변 잡기성의 오락 프로그램 이외에는 가수들을 보기가 힘들어진 지금, 가수들이 홍보를 위해 드라마 출연을 해야 하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기성 가수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방송출연을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모든 현상들은 뚜렷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한마디로 줄이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세대와 세대 간의 문화적 전면전이 시작되고 있다.' 가끔 우리는 이런 얘기들을 듣는다 "텔레비전의 쇼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십대 위주로 가고 있어 소외된 성인층을 위해 그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들이 귀걸이나 장발 등의 불량한 복장을 하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연말 시상식, 근거없는 순위 매김을 경계한다 "텔레비전의 쇼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십대 위주로 가고 있어 소외된 성인층을 위해 그 내용을..." 쇼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말초적인 가십거리에 집착하는 것을 막아보겠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기껏해야 트로트의 비중을 높이는 정도라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그 '소외된 성인층'의 정체란 무엇인가? 일단 그 '소극성'으로 인해 문화의 주체가 되기에는 자격이 모자란 사람들이다. 이 소극성이란 굳이 십대들 처럼 열렬한 태도로 음악을 감상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 대중 문화가 하등의 연관이 없다는 식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다. 평생가야 스스로 음악 찾아 듣는 일 없고, 그나마 가끔 수동적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저 가수는 요즘 자주 나오는 걸 보니 인기가 많은가 보다 라고 말한다. 물론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다고 그 가수의 앨범을 구입하는 일 따윈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을 위한 가요 무대라든가, 차분히 음악을 들을 수 잇는 성인 포맷의 쇼를 제쳐두고, 굳이 십대 취향의 쇼를 기를 쓰고 본 후에 저런 쇼는 없어져야 한다든가, '너희들, 저런 프로그램 보지마'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십대들은 그들과 자신들이 동등한 대우는 커녕, 속 시끄러운 게층으로 대우받는 것에 격분한다. 또한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적당히 비율을 맞춰 선정되는 연말 가요 행사나 시상식 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한다. 사실 그런 휴의 행사들은 지금까지 지적되어온 각종 잡음 이외에도, 굳이 음악인들의 '서열'을 정하는 듯한 권위주의적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 정작 그런 프로그램의 원형을 제공한 일본 대중음악계는 음악인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있을 수 없다라는 주장 등에 힘입어 그런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참고로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빌보드 등 외국의 각 차트는 노골적인 '판매 순위'이다. 출처불명의 근거에 의해 음악인들에게 1등, 2등... 참 잘했어요 등의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다. 성인층이 들을 만한, 소위 '어덜트 컨템포러리'라고 불릴 수 있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딱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 원인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묵과해선 안 된다. 들어줄 대중이 존재하지 않는데 들을 음악이 있을 수 없다. '70년대의 청바지 통기타 문화세대가


'아니 벌써' 기성 세대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지금, 트로트만이 성인 가요의 주역일 수 없다. 노사연의 '만남'등 비 트로트 성인 가요는 바로 그런 시대의 흐름에 부합했으나, 이지리스닝-보사노바-포크-세미트로트 등을 망라하는 성인취향의 대중층이 자리잡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먹고 살기 바쁜데 웬 음악...?" 이라고 말하고 있는 한, 전적으로 본인들의 성의부족 탓이다.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들이 귀걸이나 장발 등의 불량한 복장을 하고..." 오래전의 일이다. 엘비스 프레슬 리가 처음 등장하던 무렵,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는 엘비스의 하반신을 절대로 화면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더랬다. 엉덩이를 흔드는 동작이 지나치게 퇴폐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최근에야 물론 심야 토크쇼에 헤미메탈 그룹 스키드로가 출연하여괴성을 질러대는 모습을(또한 당연히 장발) 당연하게 볼 수 있지만 불과 한세대 전만 하더라도 점잖은 양복에 포마드(?) 바르고 차렷자세로 노래하는 가수들 외에는 모두 정신나간 녀석들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미국의 사정이 이럴진대 우리의 세대간의 벽은 더 완고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서태지란 녀석이 우리 애들을 다 버려놓고 있으니 텔레비전 출연을 금지시켜 버려야 한다는 모 국회의원님의 발언은 그 문화에 관한 무식성을 논하기 전에,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기성세대의 감정을 절반 이상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청소년들이 연예인의 모습을 보고 그 시대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복장이나 언행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가? 이는 청소년들을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정도의 아이큐로 생각하는 처사이다. 물론, 장발이나 귀걸이한 연예인들을 규제하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공중파 방송이란 어느 국가건 보수적이다. 유선방송이나 콘서트 활서오하 등 매체의 다변화를 통해 해결할 일을 굳이 애 어른이 함께 보는 공공방송이 당대에 진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우스운 소리다. 국민정서에 


안 맞는다는데 굳이 머리를 기르고 방송에 나갈 이유가 없지 않는가. 그러나 연예인들은 청소년의 '모범'으로 설정하는 것은 연예인들이 의당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별개의 문제다. 세상 어느 나라에 연예인들이 그런 구실을 하는 곳이 있는가. 교육이, 가정이 할 일이 있고 엔터테이너들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연예인들이 회사원 복장을 하고 방송에 나와야만 청소년들이 착해진다는 논리는 책임회피일 뿐이다.


세대간의 문화적 대립, 각자의 영역 인정해야 해결!


세대차이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담과 이브의 첫 세대, 그리고 카인과 아벨의 두 번째 세대에서부터 이미 그것은 시작된다. 아벨이 착하고 말 잘듣는 '모범 청소년'이었던데 비해 카인은 하느님에게 내가 아벨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확실히 개기며(?)기성에 대한 반항과 불손의 역사를 열었던 것이다. ...하긴 뭐 이 이야기는 농담으로 칠수도 있겠지만 다음 얘기는 확실한 실화다. 기성세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요즘 젊은 애들 버릇 없어"란 애기는 아득한 옛날의 고대 문명 벽화에서 발견된 문장이다. 즉 기성세대의 눈에 젊은 세대가 올바르게 비쳐진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대차이'란 것을 이렇게 당연시한다고 해도 현재의 우리 상황은 좀 심하다. 기성세대의 반응은 불쾌감을 넘어 당혹감에 이르고 있다. 신세대들의 문화를 '이해'는커녕 자신들이 외계인이 된 듯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대차이가 이토록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교문화에 기인한다. 혹, 웃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우리의 특이한 관습의 유래를 아시는지? 때는 광해군, 담배가 전래된 초창기다. 당시 담배는 약초의 개념으로, 몸의 잡균을 죽인다하여 너도 나도 장죽을 입에 무는 것이 번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어전회의에서 상감마마 앞에서 조차 뻐금뻐금 담배를 피웠던 것이다. 헌데, 자욱한 담배연기에 짜증이 나셨던지 오늘부터는 내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라 하고 상감마마께서 역정을 내시자 그 자리에서 후다닥 담뱃대를 감추었음은 물론, 삼강오륜에 의거하여 군신간에 불가한 이 흡연의 법도가 부부 사이에도 적용되었고 부자간에도, 형제간에도 불가한 것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처럼 상하의 수직적 관계가 뚜렷한 유교문화의 영향은 (물론 좋은 점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어쨌거나 서서히 엷어져가고 있는데, 이 상황을 기성세대는 기득권의 상실이라는 측면으로 받아


들이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길에서 접촉사고가 나서 아웅다웅하고 있는 사람들을 누구나 한두 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운전자들의 나이 차이가 있는 경우, 누구의 잘잘못이냐의 여부는 관계 없이 "아니...이...젊은 놈이..."하고 막무가내로 윽박지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나이 드신 택시 기사 아저씨들의 증언에 따르면, 불과 10여 년전만 하더라도 확실히 장난이 아닌게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저씨: "아니...이 젊은이가 어딜 눈을 새파랗게 뜨고 달려드는 거야, 엉?"


젊은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조금 당황)


아저씨: (상대의 표정을 본 후, 조금더 자신감이 생기며 이번엔 좀 점잖게) "나도 자네만한 아들이 있으니...내가 좀 봐주지...보험 처리하게"


그러나 최근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아저씨: "아니...이 젊은이가 어딜 눈을 새파랗게 뜨고 달려드는 거야, 엉?"


젊은이: "아니...이 아저씨가...? 이 봐아요, 지금 나이 따지게 생겼어요?"


아저씨: (전혀 먹혀들지 않자 더 세게 윽박지를까, 아니면 한 발 물러 서서 달래 볼까 망설인다.)


젊은이: (껌 뱉으며) "아이...재수가 없으려니까 아 빨리 돈 주세요. 보험 처리 하시던가..."


아저씨: (비참한 표정) "......"


얘기가 너무 썰렁했나보다. 황급히 본론으로 돌아가자. 


둘째, 식민지화-동족간의 전쟁-급격한 산업화 등 등의 너무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전 세대와 다음 세대가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가치관 속에서 성장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도 기성세대는 뼈와 살을 깎는 희생정신으로 이룩한 물질적 기반을 제공하였으나, 그들이 가르친 정신적 기반이라고는 출세, 경쟁 등의 신세대가 인생의 척도로 인정할 수 없는 이야기밖에 없었고 이런 세대간의 가치관, 인생관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도대체가 우리의 대중 문화라는 것이 자생적인 뿌리를 갖고 잇는 것이 없으며, 외국의 문화가 자생적인 진화 단계를 거칠 때마다 그때 그대 상황에 따라 유입-혹은 강제 이식-되어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좀 이질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문화권 안에서 생겨난 프랭크 시나트라와 보노가 듀엣을 하는 모습은 어울리지만 김정구 선생과 신성우가 듀엣을 하는 모습은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차이'는 문화적인 면에서 서로간에 상당히 대립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대립'은 서로가 각자의 영역을 인정함으로써만 해결된 수 있다. 지금까지는 보수 매스컴 이외의 대중 문화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매스컴의 '통제'가 빛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신세대는 보수 방송에 불평하기 보다는 자기 발로 콘서트장을 찾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능동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이가 문화의 주인이다. 기성세대 역시, 신세대들에게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 그나마 몇 안되는 쇼 프로그램과 콘서트마저 고깝게 볼 이유가 없다. 청소년 문화를 비판하기 전에, 악명 높은 한국식 음주문화와 고스톱밖에 생각나지 않는 자신들을 먼저 불상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글.신해철(그룹 N.EX.T의 리더 겸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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