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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Oct
사랑의 날개는.. 사랑의 날개는 너에게 5작성자: 관리자 조회 수: 2483
우리들의 사랑은
흔히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시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편지도 쓰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또 뭐 뭐 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싸움에 대한 이야기, 미움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기를 원하고 사랑 속에서 살기를, 모두 원하는가 보다. 일테면, 아무리 큰 죄를 짓고 쫓겨다니는 흉악범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고문하는 사람들, 인색한 부자, 몸이 가난하여 마음마저 가난해진 사람들-. 이런 사람들도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자, 그렇다면 사랑은 다 좋은 것일까, 타인에 대한 사랑을 이유로 다른 것들은 다 팽개쳐져도 좋은 것인가. 일테면 말이다. 사람을 고문하는 것이 직업인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도 사랑하는 단 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을 것이고 당연히 사랑하는 자식을 두었을 것이다. 상냥하고 자상한 남편. 아이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아버지. 그러나, 그는 그에게 고문당하는 사람한테는 지옥의 사자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 것이다. 그가 가족에게 퍼붓는 사랑이, 그렇다면 얼마나 온전한 사랑일 것인가. 이런 극단적인 예 말고도 둘만의 사랑이라는 것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기적인 모습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일테면, 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만원버스.무척 붐비는 버스속에 한쌍의 연인이 탔다. 마침,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남자는 얼른 자신의 연인을 자리에 앉으라고 떠민다. 그 버스에는, 나이 많은 할머니가 아주 힘겨운 듯 버스 손잡이를 꼭쥐고 이리 밀리고 저리밀리고하는데 말이다. 사랑은, 둘만의 사이에도 무척 많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러나, 둘은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의 둘은 더 큰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연인을 기쁘게 해주고싶고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그 예쁜마음의 타인들에 대한 무관심, 이기심 자, 우리들의 사랑, 이 사랑이 둘을 넘어 셋이 되고 셋을 넘어 열, 스물, 드디어 모두가 되는 날은 언제
'나'인 나와 '나'가 아닌 나
팔층 레코드실. 오후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 청바지, 곱슬거리는 긴 머리칼.키가 크고 약간은 여윈 몸메. 한 여자가 앉아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다. 여자의 등 뒤로 가만 다가가면 컴퓨터 화면 위로 천천히, 서툴게 나타나는 자막. 여자는, 아무래도 컴퓨터를 두드리는 일이 낮설고 힘겨운 모양, 세무구도가 초조한 듯 땅바닥을 두들기고 있다. 팔층 레코드실 창문으로 가을의 해가 막 넘어가고 있다. 황금색 노을. 연분홍, 자주, 검붉은 자주, 드디어 저녁. 퇴근시간이 가까워 온 레코드실 직원이 여자의 컴퓨터 두들기는 솜씨를 한심한 듯 보고 있다. 드디어 일이 끝난 듯 여자는 레코드와 CD를 옆구리에 끼고 레코드실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칠층 창가 스튜디오가 있는 로비에 가서 앉는다. 여자의 머리칼이 흔들리다가 가만히 정지하고 여자는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긴다.누구냐구? 컴퓨터를 못 두들기는 이 여자는, 바로 밤의 디스크쇼의 음악담당 작가 진희누나이다. 진희누나, 우리 스 ?인 진희누나 이야길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시작한 건, 한 젊은이의 이야길 누나를 통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팝 칼럼니스트인 진희누나의 대학 전공을 한번 물어보시라 누나의 전공은 사학이다. 그렇다면 올해 스물아홉인 진희누나가 가 있을 곳은, 조그마한 아파트의 주인이든가, 한국사신론, 동사강목, 동국여지승람 이런 책들이 잔뜩 쌓여 있는 대학 연구실이든가 해야한다. 근데 누나는 지금 방송국에서 레코드를 찾고 있다. 이 엉뚱한 여자는 왜 팝아티스트와 레코드 사이, 소리와 소리, 삶과 음악 사이에 서서, 지금 칠층 로비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는가. 내가 물으면 진희누나는 그냥 웃는다. 웃으며 말한다. "난, 그냥 나야" 그냥 나라니? 나 아닌 사람도 있나? 글쎄,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나도 자신이 좀 없어진다. 나는 나라구? 그래, 우리 주위엔 나는 나가 아닌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를 잃고 자기를 지킬 힘을 잃은 채, 적당적당한 삶을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주변에는 나는 나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덫은 또 얼마나 많은가. 시험 성적에 의해 쉽게 포기되는 꿈-. 다른 사람과 조금만 달라 보이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 섞여 살면서 중간색을 유지하면서 이냥저냥, 그럭저럭. 정말 내가 나를 지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나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나로 살아가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누나는, 어쩌면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완전하지 않은 것은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진희누나. 청바지와 잠바, 긴 머리칼 전혀 엉뚱한 곳에서 전혀 엉뚱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진희 누나. 소형 라디오와 이어폰, 소형 CD플레이어와 레코드 가방. 누나는 오늘도 밤의 디스크쇼에서 들려줄 음악을 고르며,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할지 모른다. "나는 나다, 내가 살아가는 이 한순간, 이 한순간은 온전히 내꺼여야 한다." 화이팅 진희누나.
시월의 끝에서
시월이여 안녕. 열두시. 방송을 마치고 방송국을 나오자 약간은 서늘한 바람. 나는 차에 시동을 건다. 어둠과 별. 나는. 이 둘을 친구삼아 길을 떠난다. 여러분, 나의 안부를 묻지 마세요. 나의 시월과 더불어 나는 사라지고 싶다. 다시 돌아올 내일까지 안녕. 나는, 나의 가을을 추억하며 나에게로 떠나볼 것이다. 올림픽대로의 가로등은, 길게 빛을 늘어뜨리고 나를 따라온다. 강은, 어둠 속에서 멀리 흐른다. 아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오늘밤, 나는, 끝내는 돌아갈 것이지만 자유의 날개를 가진 새처럼 차를 몰며 속도를 올리고, 떠나가고 있다. 안녕 시월아 나의 수물셋 가을아.
제2부 얼마나 먼길을 헤매야
1990. 11. 1. 날씨, 선연한 바람 한줄기 불어오다.
그대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면 저는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해 저문 마을엔 밥 짓는 연기로 가득하고 불이 하나 둘씩 켜졌지요. 저는, 그대의 얼굴이 하나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저의 그대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어왔고 얼마나 많은 풀, 많은 꽃, 많은 나무들 해와 달과 별이 있어 왔는지요. 그대여. 그대의 얼굴은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 앞에 있어온 모든 것과 함께 여럿입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저도 하나가 아닙니다. 마을의 밥 짓는 연기 속에서 살아온 저는 그대와 함께 있는 저이고 여럿입니다.
1990.11. 2.
며칠 동안 바쁘고 피곤했던 탓인지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져 있었어. 길을가다보면 누군가 달려와 한 대 치고 도망갈 것 같고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벽에 붙어 있는 전등이 갑자기 떨어져 머릴 칠 것 같았지. 수돗물이 잠겨져 있지 않으면 왜 있지 똑, 똑, 똑 누가, 들어와 몰래 물을 틀어놓지 않았나, 불안해지는 거 있지. 그러다보니 누가 무슨 애길 해도 듣기 싫어지고 사람들이 내 앞에서 나를 칭찬을 해도, 저 사람들 돌아서면 내 욕을 하겠지 싶더라니깐. 지하철을 타려고 서 있으면 누가 내 등을 밀어 철길로 떨어질 것 같고 가방을 홱 나꾸어채서 도망갈 것 같고. 피곤도 피곤이지만 늘 이렇게 불안하다보니 못 견딜 지경이었어. 근데 더 못 견딜 일은, 뭐니뭐니해도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큰맘을 먹고 오늘, 근교로 나가봤어. 가을도 바래져가더군. 눈부신 가을빛 속으로 바래져가는 자연의 얼굴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내가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나-하는 반성을 했어. 그 이유는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었어. 내 주위 많은 경쟁자들. 하루하루 달라진다는 세상. 나는 이속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거야. 앞을 보기보다는 옆을,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기보다는 내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의 자리를 만들어야 했던 거야. 세상은 앞만 바라보고 가는게 아니야 옆을 둘러보면서 함께 나아가야 하는 거, 아닐까. 밤이 지나가면 새벽이,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내일은 해가 뜨지. 근교에 한번 나가 머리 식히고 나니야, 정말, 세상이, 흐릿하던 흔들흔들하던 세상이 보인다 보여
불러볼 수 없는 이름에게
저는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아무도 받아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마음을 그대는 알고나 있는지요. 해 지는 풍경바람이 지나가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밤별이 창으로 떠오르는 것까지 열심히 적고 또 적어보지만 전 내일이면 이 편지를 서랍 안에 넣어두고또 하루를 보냅니다. 그대여, 볼 수 없는 곳에 그대를 두는 것, 이것이 제가 그대를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사랑에 대한 소유는 사랑의 상실에 다름아니죠. 그대여-. 그대를 볼 수 없는 곳에서 누군가 그댈 위해 마음 다하여 이 밤, 사랑의 편지를 씁니다. 눈물자국 지우며 씁니다.
그대는 아직 젊다
누군가 아직 젊은데 지나치게 늙은 티를 내거나 좌절하고 절망할 때 어깨를 툭, 치며 이렇게 말해줍시다. "그대는 아직 젊다" 누군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나이값을 못하거나 젊은 사람보다 더 우유부단하고 경솔할 때 가만히 뒤로 가서 이렇게 말해줍시다. "나이의 무게만큼 인정할 건 인정하세요. 그대는 이제 지혜롭게 세월 앞에 서 있을 때입니다"
1990. 11. 8. 날씨, 막막함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까?" 공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모든 사람들에게 얻는 호감-.이것을 공자는 반대편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심약함에서 아무데나 영합하려는 기회주의에서 그리고 감상적인 이상론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디 다 좋아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을 경계하십시오.
세상 속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 고층아파트. 고층아파트는 이런 느낌은 아닐까, 꼭 서랍이 빽빽히 들어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서랍을 빼듯 아파트를 빼내면 거기에는, 침대, 책상, 주방, 사람, 텔레비전, 전축. 서랍 속의 물건들 바라보듯 똑같은 규격의 사람 사는집이 보여지는 건 아닐까. 나는, 아파트를 들어서면서 내가 서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창 앞에 서 있다. 창 밖. 우선, 아파트 광장. 술 취환 아저씨, 늦게 귀가하는 아가씨가, 웬 남자랑 실랑이를 벌이다 손을 뿌리치며 급히 들어오기도 하고 저기, 작은 전등불. 포장마차, 군밤, 오징어, 귤. 가끔 차가 지나다니고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나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창 밖의 풍경. 아파트 창이긴 하지만창은 나의 내면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그러나 창문 앞에 서면 작은 창에선 작은 풍경이, 큰 창으론 큰 풍경이 창문을 통해 바라본다는 건, 생각의 틀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오늘, 창문 앞에 서 있는 나를 한없이 우울하게 한다. 나는, 규격화된 아파트의 창에 앉아 규격화된 생각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 속으로 온 몸으로 부딪치며 나가고 싶다. 세상 속으로!! 온 몸으로! 노을과 은행나무의 흔들림 제가 사는 집, 그 옆집으로 어떤 누나가 이사를 왔습니다. 창으로 누나를 봤더니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해질 무렵, 저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제 방 창문을 가릴 만큼 키가 큰 은행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 속으로 노래는 들려오는 거였습니다. 그날부터 전 노을과 은행나무와 노래를 사랑했습니다. 거리를 걷다가도 해질 무렵만 되면 은행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소리와 그 누나의 노래가 들리는 거였습니다. 그러면 저는 바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노래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간 것도 아닌데 노래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람은 계속 불고 은행나무는 흔들리는 겁니다. 저는 왜 그 누나의 노래가 멈추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저는 은행나무의 흔들림을 노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래가 끊어진 자리. 그 자리에 나무가 온 몸으로 노래하고 있었던 거죠. 은행나무가 보이는 창을 가진 저는 신해철입니다.
1990. 11. 16. 날씨, 비오고 바람 불었음
나의 뒷모습, 나의 그림자 언젠가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나만 걷고 있었다. 휘파람을 휘휘 불며 가다가 갑자기 나는 멈추어 섰다. 문득 드는 생각. 나는 나의 둣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내 뒤통수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 등은 어떻게 생겼을까? 허리는? 어깨는? 그리고 걸을 때의 뒷모습은? 갑자기 뒷모습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내 눈으로 한번 내 뒷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난 갑자기 막 뛰어가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가서 거울 두 개로 뒷모습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 가자, 빨리 집에 가서 내 뒷모습을 보자 막 뛰어가다가 난 다시 가만히 멈추어 섰다.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 내 발이 움직이는 데 맞물려서 그림자가 붙어 따라오느 거였다. 길게 늘어났다가 짧게 오무라들었다가 하면서 내 발목을 잡곤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집에 가서 내 뒷모습을 거울을 통해 본다 해도,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이니 어쩌면, 진짜 내 뒷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림자가 나를 잡고 놓아주질 않으니, 그림자는 어쩌면 내가 볼 수있는 내 뒷모습은 아닐까.그리고 말이다. 내가 내 뒷모습을 못 보는 건,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내가 잘못한 것, 내가 실수한 것을 말해주라는 의미는 아닐지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림자가 있는 건 혼자 있을 때라도 항상 날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내가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자신의 뒷모습을 자신이 못 보는 우리는 누군가와 더불어서 살아야 한다는 거고 그림자가 우리에게 각각 하나씩 있는 건 혼자 있을 때, 언제나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아닐지. 지금은 밤, 그대들도 그대들의 그림자와 같이 있겠지 나 역시 그러하므로, 우린 같이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