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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Oct

밴드이야기 각시탈

작성자: 관리자 조회 수: 3371



1.

고등학교때 밴드이름이 '각시탈'이었다. 
내가 비록 허영만의 '각시탈'을 보면서 자랐지만 밴드 이름으로선 정말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첫정을 준 첫밴드였고 유치하게시리 평생뭉쳐있겠다고 다짐들을 했었더란다. 
그랬는데…멤버 6명중 김재홍과 나만 대학에 붙고 나머지 4명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3할이다. '강북밴드'의 대학합격률로는 높은거다.) 
그리하여 네명은 재수를 하게 되었고 나는 87학번이라는 특이한 학번이라서 최루탄으로 뒤 덮힌 캠퍼스에서 죽상을 쓰고 그간 밀린 인생고민을 하며 근 한해를 보냈다. 
6.29 선언이후 간신히 다시 밴드를 할 정신이 든 나는 김재홍과 흐지부지된 밴드의 재건작업에 착수했다. 

사실 각시탈시대에는 클럽밴드도 언더그라운드라는 말도 없다시피했고 종로의 파고다극장만 이 밴드의 메카로 외롭게 남아있었는데 그나마도 헤비메탈밴드가 아니면 명함내밀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 시점에서 유라이어 힙이나 ELP류의 키보드 위주 팀들의 카피밴드였던 각시탈은 약간 '따'당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도 연합공연에선 우리인기가 짱~*이었다.) 김재홍과 나는 그 분위기로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럼 잠시 여기서…김재홍 그는 누구인가!!! 

그는 나의 유치원과 국민학교 동창으로 무한궤도의 후반 잠시 베이스를 쳤던 그의 친동생 김재성 역시 나의 국민학교 후배이며 그들의 어머니는 울엄마의 대학후배다. 

김재홍 그는 코카서스인종처럼 보이는 잘생긴 얼굴, 실베스타스탤론을 위협하는 근육질의 몸매(그래서 사실 얼굴과는 매칭이 안된다.) 
어릴 때부터 운동회를 휩쓴 동물적 반사신경, 중고시절 거의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은 두뇌, 고교 2년 때 무대위에서 뒤로 돌아서서 거꾸로 키보드를 치던 환상적인 끼(손에서 피가 날 때 까지 치던걸 보면 끼는 끼인데, '광'끼다..) 등으로 언뜻 들으면 무슨 레오나르도 다빈치급의 만능천재를 묘사한 것 같지만 그렇지만… 
사실 약간 바보 같았던 면도 많았는데.. 이는 그의 절대 물들여지지 않는 순진성에서 비롯된것으로… 한마디로 굉장히 얼빵하고 귀여운애다..(지금도 귀엽다)

우리에게 필요한 세번째맴버는 트윈키보드의 또 한축을 맡을 키보디스트였는데 주로 리드플 레이를 맡는 김재홍에 비해 팀사운드를 책임져주는 견고한 또한 충실한 성격의 인간이 요구 되었다.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른 이름은 조현문이었다.




2.


조현문…그는 누구인가..


이자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일학년때 우리 옆에 옆에반 반장이었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도서관 베란다에서 몰래 모여서 담배피구 있을때 나와는 달리 착실했던 현문은 담배는 피지 않고 나랑 그냥 음악얘기만 했는데 프로그래시브음악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희귀판을 몇장 빌려주기도 했다…아직도 안돌려줬다…) 신디사이저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야바'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덩치와 짙은 눈썹, 총명해보이는 눈초리 등이 이자의 외모의 특징인데 훗날에는 여자들에게 인기도 꽤 좋았다. 
얘는 농담반 진담반 으로 입시가 끝나면 너네 밴드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곤했는데…결국 흔쾌히 합류했으며, 냉철한 성격으로 해산때까지 팀의 조정자 역할을 맡았다. 


드러머는 조현문의 소개로 들어온 조현찬으로 이둘은 이름만 비슷할 뿐 친척은 아니며 성격도 판이했다. 
조현문과는 역시 유치원, 국민학교 동창으로 무한궤도 맴버들의 동창관계를 도표로 그리면 두페이지쯤 나오기 때문에 이쯤에서 그만하자.
현찬은 맥주 반잔에 전 얼굴이 빨개지던 당시 무한궤도 맴버중 유일한 주당으로 밤새도록 마셔도 지장이 없는 약간의 한량 스타일이었으며 취미가 오토바이인, 무한궤도 유일의 록커였다. 
터프가이와 순진한 소년 두 이미지의 중복조합으로 한때는 여자관계가 많이 많이 복잡했었다.(우리들이 얼마나 부러워 했겠는가..) 
한마디로 공부와 건달짓을 병행할수 있는 매우 드문 능력의 소유자였다. 
인간성도 우리들 중 가장 둥글어 자존심 강한 맴버들의 설득자 역을 맡았다. 

베이스는 나와 대학 같은과 동기 동창인 양두현이다.
다른 맴버들과도 동창관계로 연결되는 데 그얘긴 그만할란다. 
사실상 위에 설명한 맴버들보다 더 무한궤도 창설에 공이 컸는데 늦게 소개하는 이유는 이 씨발놈이 공부나 계속하겠다고 첫 공연이후 유학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 놈은 훤칠한 키, 기나긴 다리, 우수에 젖은 외모(윤상과 비슷하다고 얘기하면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얘기다.), 
이런것만 빼놓으면 앞뒤 안가리는 성격은 나와 매우 비슷하다. 


2대 베이스는 조현찬의 같은과 동기 동창인 조형곤이다.
(어따~ 여기도 조..저기도 조…많기 도 많다.)
얘는 이것도 저것도 다 에프엠인애로 목사님 아들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이 많 았다. 
훗날 종교음악을 하고싶다는 꿈으로 밴드에 합류했으니 사악한 나와 매칭이 될 리가 없건만 무던한 성격이라 별 문제가 없었고 나에게 약간 물들기도 한 것 같았다. 

이리하여 나-양두현-김재홍-조현문-조현찬이라는 5인조 라인업의 무한궤도가 출발했다. 
이름은 조현문이 제의한 '무한대'를 내가 '무한궤도'로 수정하여 지었다는게 나의 생각이고, 지혼자 다 지었다는게 조현문의 생각이다. 
아무렴 어떠랴…
우리들 모두는 대학생이 됨으로서 얻은 약간의 여가 시간을 모두 밴드에 쓰게 되었고 (나의 경우는 물론 수업시간도 다 빼 먹었다), 
연주는 엉성하였으나 우리는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할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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