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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012-Oct

기타 팬심보감

작성자: anonymous 조회 수: 3085

대저, 신해철이나 넥스트가 아니라 하여도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일은 도무지 어떤 것이며, 또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
스스로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팬이라고 떠벌리는 자들도 있고, 저마다 팬으로서의 입장과 자세가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여 용렬한 발언을 일삼는 자도 있는바, 이에 팬심보감을 편찬하여 팬들의 나아갈 바와 마음가짐을 정갈히 하고자 하노라.


주제 1 ‘객관적’ 팬이란 존재하는가.

가끔 우스운 자들을 보게 된다. 자신은 맹목적인 팬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팬이 될 것이며, 또 그를 위하야 가차없는 비판의 말을 쏟아내겠노라, 하는 무리들 말이다.

팬이란, 특정인을 향하여 객관적인 남남의 인간관계를 청산하고 특정인에게 호감을 가지는 ‘주관적’ 태도를 가지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고 떠들어 봐야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고, 제 눈에 콩깍지라고 자기 마음에만 맞으면 모든 일이 용납되고 예뻐 보인다.
하여, 모든 팬이란 애시당초 ‘주관적’ 입장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객관적인 팬이라는 말 자체가 파라독스이다.
또한, 누군가의 팬이 됨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요, 목적이 앞서서 되는 것도 아니니, 팬이란 근본적으로 ‘맹목적’인 것이다.

물론, 이런 주관과 맹목이 지나쳐 문제를 빚는 일도 없지 않겠지만, 주관적이고 맹목적인 팬들에게 둘러싸여있는 자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스스로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아티스트의 몫이지 다른 누구의 몫도 아니다. (게다가 남의 말에 아주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은 아티스트가 못된다. 창작자란, 애미 애비 말도 안 듣는 것들이다)

굳이 ‘팬’이 아니라고 해도 객관적 태도를 유지해 줄 ‘남’들은 얼마든지 있다. 또 실체 이상으로 사람을 폄하하거나 헐뜯으려는 자들도 부지기수일진데, 굳이 ‘객관적’ 팬을 어디다가 갖다 쓰란 말인가.

이와 같이, 누군가의 팬이 됨은 그의 작품 뿐 아니라 ‘그’ 자체를 대하기를 남일 수 없는 친구나 가족 대하듯이 하는 것이니, 또한 그러한 사랑을 받는 자도 그것을 당연시 하거나 교만하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를 것이며, 하여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는 ‘주관적이고 맹목적’인, 매우 매우 특별한 인간관계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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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천지에 알려진 나의 실체와 실제의 모습이 서로 맞지 않으므로, 이에 팬민정음을 편찬하여 최소한 어린 팬들 사이에서 오해나 왜곡이 수정되어 서로 진실한 모습을 바라보기를 바라노라.

18년간의 프로 뮤지션 생활 중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이미지는 매스컴에 의해 왜곡 되었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 별로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다.
대마초 사건을 제외하고는 그 흔한 여성 스캔들 한번 없었던 나였으나(여성과 안 놀았던 것은 아닐진대), 주로 내가 성격적 결함이 있는 오만한 캐릭터로 묘사 될 때에는 사람들이 비굴하다 손가락질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달갑게 여겼으며, 나를 속이고 이용한 자들에게는 그저 죽어라고 음악을 하는 것이 보복이라 여겼으며, 나를 치졸한 인간으로 만들려는 소문이나 비방에 맞대응 하는 것은 점잖치 못한 일이라 여겼고, 그들을 상대하는 나 나름의 방법은 침묵이었다.  
그리하여, 심지어는 나의 팬들 사이에조차 삐뚤어지고 모난 것은 일종의 매력으로까지 받아들여졌으며 오늘날까지 나는 단 한 번도 변명을 해 본적이 없다.
물론 나라는 인간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고 모자라는 면도 참으로 많겠으나, 팬이 아닌 자들의 악플과 비방은 백만 개든 천만 개든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막상 팬이란 사람들마저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라서, 단지 나의 팬들에게만 말하고자 하니, 혹시 이글을 보는 기자 있더라도 기사화 하지 말길 바라며, 그것이 나를 옹호해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본인은 내 팬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음을 밝혀두노라.

* 오늘은 간단한 한 가지 이야기만 말하고자 한다. 연예인은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남들에게 말 못하는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하다못해 호텔 앞에 주차를 해도 연예인이면 먼저 차를 받아주고 음식점에서는 공짜 서비스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맹세코 단 한 번도 신해철이라는 이름 석 자를 그런 자잘한 이익을 위해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신해철'은 나의 본명이지만 내가 데뷔하고 프로 뮤지션이 된 이후에는 그것은 나만의 이름이 아닌 나와 팬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이름이 되었다. 이 이름에는 나 개인의 명예와 팬들의 자부심이 달려있다.
하물며 스케줄이 급해 교통위반을 해서 경찰에 잡혔다 치자. 딱지 한 장 끊고 말지, 이런 하찮은 일에 어찌 “저... 나 신해철인데...” 하고 입을 벌릴 수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 경찰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그냥 가라고 봐줄 때 그냥 간 적은 있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도저히 “나 신해철인데 이러이러한 것 좀 부탁합시다.” 라는 말은 때려죽여도 할 수가 없다.
비록 작은 원칙이지만 내 이름 석 자를 또 내 유명세를 하찮은 소인배의 이익에 사용하지 않는다 라는 나의 자부심이 산산히 깨진 사건이 하나 있었다.

모 방송에 출연한 내 전직 매니저가 교통순경에게 내가 신해철이니 봐달라고 요구하다가 요구가 들어지지 않자 벌금딱지를 찢어버리고 그대로 가버렸다 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이다.
실상은 바로 그 매니저가 교통순경과 싸움이 붙어 자신이 딱지를 찢어버린 것이 사건의 실체였고, 그 건으로 인하여 그 전 매니저는 당시 나에게 몹시 혼이 났었는데 나중에 체포하여 추궁한 바, 방송 프로듀서가 어떻게든 신해철의 ‘기행’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자신도 신인가수를 키우고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인지라, 그렇게 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니 방송사를 고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잘못이란 모두 내가 사람을 잘못 쓴 탓이라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덮어버렸으나, 이 일이 아직도 일부의 인구에 회자되는 것도 기분도 나쁘지만 소수 어린 팬들 가운데서 ‘역시 성질 더러운 우리 마왕’ 하고 별것 아닌 듯이 이야기하는 경우를 볼 때 마음이 아프다.
대저 딴따라란 무엇이냐. 이름 석 자에 모든걸 걸고 사는 인생, 자기 이름을 귀히 여기지 않으면 어떤 이가 대신 귀히 여겨주랴.
나는 그리 살아간다. 그러니 그냥 그렇게 알아주라.
 
 

2006년 11월 18일

출처: nextf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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