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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Oct
사랑의 날개는.. 사랑의 날개는 너에게 8작성자: 관리자 조회 수: 2875
1990. 11. 11. 날씨, 맑음
괜히 그냥 집에 있기가 너무 심심해져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로 나옵니다. 카페, 학원, 옷가게, 팬시용품점, 영화관, 500냥 하우스,포장마차, 지하도,지하철...사람들은 거리 어느 한국석도 비워두지 않죠. 온통 사람, 사람들 물결 공원? 공원에도 사람들은 둘이서, 혹은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 시내버스를 타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고 또 옵니다. 택시! 역삼동 따블, 영등포, 어디 어디!! 집으로 가는 사람, 늦은 시간인데도 시내로 나오는 사람, 택시도 거리르 달리고 또 달리고 있습니다. 통닭집엔 전기구이 화덕에 매달려 통닭이 빙글빙글, 생맥주잔에서 흰 거품이 막 터질 듯이 차오르고, 술잔이 부딪치고 온갖 화제들 정치애기, 문학, 그림, 대학입시, 집안이야기, 험담, 하소연. 왜 거리엔 사람들이 넘칠까요? 거리가 이렇게 붐비면 집은? 집에는, 식구들 혼자 기다리며 어머니가 깜빡잠을 불안하게 주무시고 계시겠죠. 옛어른들의 말씀 중에 "이 세상의 모든 다툼은 사람들이 혼자 자기 방에 있는 걸 두려워할 때 생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왜 거리로 나왔을까요? 혼자있는 걸 두려워하는 걸 보니 저도 무척이나 약한 사람인가 봅니다. 저는 한참 거리를 걷다가 지할철을 타려고 역으로 갔습니다.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안전선 밖 혹 우리들의 거리는, 우리의 혼자 있음을 막아놓고 있는 안전선 안을 아닐까요?
언어는 존재의 집?
우리가 쓰는 말. 말은 사실 생각이나 느낌을 다 표현해주지는 못할 거라는 느낌이 들어. 느낌은 있는데 말로는 잘 설명이 안돼, 이런 말을 종종 하거나 듣게 되지. 일테면 색깔을 가리키는 말 중에 노랗다라는 말. 국어사전에 보면 노랗다라는 말의 정의는 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해서 나오는 몇번째 색깔이라거나, 개나리꽃빛이라는 식으로 되어 있어.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노랗다라는 느낌은 이런 건조한 혹은 불분명 혹은 잘 잡히지 않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지. 노랗다. 우선, 노랗다. 누리끼리하다. 노릇노릇하다. 누르스름하다. 노랑 노랑하다. 노르스레하다 등. 느낌에 따라 말로도 다르게 표현하지. 또, 우리 어머니의 연노랑 저고리, 그녀는 오늘 산뜻한 느낌을 주는 샛노랑 쉐타를 입었다. 개나리 꽃빛 같은 아가의 웃음소리. 이런 느낌들은 사전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거야. 어머니가 입은 연노랑 저고리가 프리즘을 통해 나오는 몇번째 색깔이다라고 말하면 이미 그 저고리의 느낌, 어머니의 이미지는 사라져버리지. 느낌이나 마음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어 고민이지? 그럴 땐, 말로는 안돼, '어떻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라고 당당히 말해봐. 말은 "느낌을 가도어 놓는 집"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어. 말의 집에서 나와 생각의 들판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봐. 나, 이런 얘기도 할 줄 아니 좀 근사해 보이지, 히히.
얼마나 먼 길을 헤매야
말없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이 나무들은 얼마나 긴 세월을 견뎌야 잎을 피울까요. 나무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을 보았습니다. 바람은 얼마나 떠돌아다녀야 이 나무에게로 되돌아올까요. 그리고 나무 밑의 저를 봅니다.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다시 보내야 제가 서 있었던 나무와 바람을 기억할까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만나야 그대에게 띄우는 짧은 편지 하나 쓸 수 있을까요. 그땐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대여, 어리석었던 저를 다시 다정하게 맞아주세요 라고. 그리고 이 짧은 편지는 얼마나 지나야 부치지 않고 가슴에 그냥 묻어버릴 수 있을까요. 그대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 이 나무와 같이 울창해지고 지나온 바람에게 말을 걸며 이 나무 밑에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1990. 11. 15. 날씨, 아무 일도 없었음 강물 속으로 흘러가는 우리들의 일상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거리엔 여전히 차가 달리고 그 차를 타고 어디론가 다녀왔고 다리를 건널 때 강물은 여전히 흘렀고 집으로 돌아와선 씻고 여전히, 여전히 잠자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 안녕히 지나간 수많은 나날 속의 오늘 이 평범한 오늘. 나는 여전히 여전히 스튜디어에 앉아 있다.
열시보 밤의 디스크쇼 신해철입니다.소리로 듣는 수채화
소리로 듣는 수채화 시간이 되면, 나는, 소리와 영상이 한꺼번에 머리 속에 떠오른다. 예쁘고 고운 소리, 그 소리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림 하나. 대개, 우리가 내보내는 소리는 효과실에서 효과맨 아저씨가 합성한 소리도 있고 현지에서 직접 따온 것도 있다. 효과실에 들어가보면, 세상의 온갖 소리들 소음이 있는가 하면 새소리가 있고, 굉음에서 시냇물 소리, 기계돌아가는 소리에서 바람소리-,새소리만 해도, 수백가지 종류, 시냇물 소리도 마찬가지, 이세사으이 소리가 집합한 곳 같다. 그 속에서 우리는, 소리를 찾는다. 아름다음 소리 들으면 아련한 옛이야기 한편쯤은 떠오르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 우리의 귀를 열어 놓으면 어딘가 있을 좋은 나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갈수 있을 것 같은 소리 그 소리를 그리다 보면, 우리는 얼마나, 나쁜 소리에 시달려 왔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창가로 새가 날아오고,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며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비비고, 그 앞으로는 작은 시냇물이 조약돌 사이로 흘러간다-.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밤 열시부터 열두시의 서울, 여의도, 칠층 밤의 디스크쇼 스튜디오. 여러분의 방에서는, 어떤 소리로 듣는 수채화가 그려지고 있나요
1990. 12. 21. 날씨, 춥고 흐림
난,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이런 말을 자신에게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해보신 적 있는가. 난, 절대로 약속을 해서 어기는 사람이 아니야 라거나, 난, 절대로 한번 말한 걸 돌이키는 사람이 아니야 라거나, 난, 절대로 먼저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등의 말들. 물론, 난 절대로-, 라는 말은 내가 내 자존심을 지킨다거나 나의 결심을 굳게 하고 또 그걸 지켜나가는 자기 최면으론 좋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론 난 절대로-, 라는 말만큼 위험한 말도 없다. 친구 중에 난 절대로 그 친구랑은 두번 다시 만나지 않아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난 그 자식이랑은 이제 절대로 안봐. 난, 내 말을 꼭 지켜." 무슨 일로 둘이서 심하게 다툰 모양인데 그런 말을 하게 되기 까지는 물론, 다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는 것. 그 묘한 풀림을 그 친구는 알까? 절대로 안 만날 것 같은 사람도, 절대로 두번 다시 가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도 시간이 흐르면, 흐르다 보면, 또 만나거나 가거나 하게된다. 그러나, 이 친구의 경우, 자신이 한 말이 짐이 되어 이제 만날 수도 있고 화해하고 예전처럼 돌아가도 되는데 그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혼자 후회하겠지. 내가 왜, 경솔하게 난 절대로라는 말을 했던가 하고.그래서 난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난, 절대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냐 라고 빨리 말해. 그리고 만나, 이 바보야!!" 끔찍하지, 내가 한 말이 나에게 짐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좋은 사람을 만 나지도 못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면 나는 절대로- 리바이벌은 안한다고? 그건, 달용이아저씨나 하는 꿈같은 이야기지 뭐야.
1990. 12. 22. 날씨, 모처럼 훈훈함
외딴 섬, 작은 등대. 길 잃은 배들을 위해, 단 한척의 배라도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오늘도 외딴 섬의 등대는 어두움 가운데 따뜻한 불빛을 내고 있습니다. 아 작은 불빛 하나를 믿고 큰 배도 안심을 하고 큰 바다로 나갑니다. 오늘밤에는, 유난히 바람이 심하고 눈과 비가 섞인 진눈깨비가 바다 위를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큰바다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에 못 이긴 듯 이빨을 시퍼렇게 드러내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이런 밤이면, 길을 잃은 배가 많이 생기고 사고소식도 들려옵니다. 그리고 이런 밤엔 등대로도 역부족입니다. 아무리 밝게 불을 켜두어도, 내리는 진눈깨비와 파도로 바다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으르렁거립니다. 등대도 필사적으로 불을 밝힙니다. 아무리, 이 불빛이 작은 것이라 해도 단 한척의 배라도 이 불빛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다면...,이 등대는 간절한 바람을, 바다를 향해, 길 잃은 바다의 사람들을 향해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그리고 새벽녘-.파도도 바람과 함께 가버린 지난 밤 새벽별이 뜨고 하늘도 밝아져오고, 해가 뜨고, 새벽노을과 함께 아침이 오면, 등대는 불을 끄고 비로소 휴식에 들어갑니다. 이 휴식의 아침을 위해, 따뜻한 찻물은 난로 위에서 끓고 외딴 섬의 등대, 그 등대 안의 작은 난로, 낡은 주전자에서 들리는 기분좋은 찻물 끓는 소리 이 겨울의 수채와 한 폭입니다.
1990. 12. 23. 날씨, 맑음
가진 자의 눈치를 살피지 마세요. 그건, 아첨입니다. 못 가진 자의 증오를 겁내지 마세요 그건, 비겁입니다. 옮음의 자로만 재려고 하지 마세요. 그 자보다 더 정확한 자는 보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 저울보다 더 정밀한 저울은 소리내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다가오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홀로 갖추고 홀로 넉넉해지는 겁니다.
1990. 12. 24. 날씨, 눈 내리고, 지붕마다 따뜻한 눈이 쌓여 있었으면 함
오늘은, 크리스마스 전야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은, 창가에 켜놓은 등불처럼 빛나고 마을은, 따뜻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쉬-잇, 조용히, 살금살금. 마당엔, 썰매가 준비되어 있고 하늘엔 크리스마스별이 빛납니다. 목도리, 장갑, 외투, 따뜻하게 입었습니까? 저 크리스마시별이 가르쳐주는 곳까지. 착하고 따뜻하고 그러나 어느 가난한 말구유에 태어나고 있을 크리스마스 이이를 찾아-, 조용하게, 그러나 신나게 휘윅 우리 함께 떠납니다.썰매, 다 탔습니까? 그럼 다같이 출발!!
1990. 12. 25. 날씨, 따뜻함
이 지구상의 절반의 사람, 내 이름 바로 그것. 커다란 창고 가득찬 곡식 나와는 너무 머네. 굶주려 우는 아이 위하여 먹을 것 찾아 애를 썼지만 아무도 나를 돌아 안 보네 이 세계 절반은 나. 좋고 기쁘고 즐거운 날엔 더 생각나는 가난한 이 지구의 사람들을 향해 사랑의 발신음을 보내고 싶은 오늘은 크리스마스 오늘도 어김없이 여의도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나는, 간결한 마음으로 이 지구상의 모든 불행을 가슴아파한다. 오늘은 거룩한 날이라는데 이렇게 큰말을 해봐도 좋겟지. 축복을, 모든 이에게 축복을 주소서
1990. 12. 26. 날씨, 맑음이라고 썼다가 추웠다라고 쓴다.
여보세요, 문을 좀 열어주세요!!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밖은 너무 춥구요!! 언제나 굳게 닫혀 있던 그대 마음의 문, 이렇게 사랑의 말들이 많이 넘쳐나는 이 계절엔 활짝 좀 열어주세요.
1990. 12. 27. 날씨,사람을 기다리기 딱 좋을 만큼만 어두웠음
길을 묻고 또 물어 여기까지 당도했습니다. 이제 끝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었지요.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세에 서니 우리의 밤은 고단하였으나 또한 아름답습니다.
1990. 12. 28. 날씨,저기 밖엔 추위가 파란얼굴을 하고있었다.그 친구에게 이 편지를 띄운다. 언제나 떠돌아 다니던 그 친구. 그래서 우리는 그 친구를 떠돌이 찰리라고 불렀다. 떠돌이 찰리. 도시의 겨울은 춥다. 빌딩과 빌딩 사이를 불어오는 차갑고 시린 겨울바람 나는 방금, MBC 10대 가수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는 과분한 상이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축하를, 어떤 사람들로 부터는, 무언의 압력 같은 걸 받았다는 게 사실이다. 혹은, 나를 진정 걱정해주는 어른들이나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성공한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해주신다. 처음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솔직히 나는 들떴다. 대학가요제 대상 이후, 나의 노래생활은, 우여곡적이 많았다. 그리고 네가 알다시피 나는 부모님, 주위 친구들의 걱정을 끼치는 일을 했던 적도 있었다. 일년 남짓 쉬다시피 하며, 나느 밤늦게 나의 악기와 악보를 펼쳐 두고, 예전의 나보다 훨씬, 발전한 내가 되려고 했었다. 그건, 아마 이런 것일 거다. 너도 알겠지만, 난, 내가 살아가면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그건, 아마 이런 것일 거다. 너도 알겠지만, 난, 내가 살아가면서 거의 모든 것을 포기 했었다.그런데 죽어도, 아니 내가 좋아서 포기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건 노래다. 내가 나의 삶을 반성한다는 건 사실, 나의 음악을 반성한다는 말이다. 이럴 때면, 매일 시시덕거리고 농담 따먹기만 하던 나도 진지해진다. 왜냐하면, 나의 승부, 최소한 내 청춘의 승부는 음악에 있기 때문이다. 앨범을 내고, 노래가 히트의 조짐이 보이면서, 나는 어두운 연습실에서 내가 나에게 했던 말을, 바쁜 스케줄 가운데 떠올리곤 했다. 분장을 하면서, 점심으로 무대 뒤에 서서 햄버거를 씹으며, 의상을 입으며, 무대의 라이트가 나에게로 향해 올대, 간혹 드라이 아이스로 피우는 안개가 나를 감싸며 막, 내 노래의 전주가 시작될 때, 미친 듯 노래를 할 때, 내가 떠올린 그 말. "내 머리 위에는 빛나는 별이, 내 가슴속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이!" 나는 그동안, 손을 제대로 씻을 시간도, 밤을 제대로 먹을 시간 조차 없었다. 입 주위로는, 피곤한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너에게 이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 그래서 내가 얼마나 피곤한가-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날, 연습실로 네가 불쑥 나타났었다. 그때는 정말, 내가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던 때였다. 너는, 너의 큰 숄더백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나에게 말했었다. "어이, 학교공부는 죽어라고 안하는 놈이 악기에 대한 책은 또 죽어라고 보고 있었구나. 자, 책 그만 보고 우리 별 보러 가자. 깨끗하고 시린 별빛을,언제나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별, 그럼, 네 가슴속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이 별빛하고 만나게 될거야." 동키호테 같은 녀석 나는 불쑥 찾아온, 멸달째 소식을 끊고 더돌아 다니던 너에게 이끌려 연습실을 나왔다. 과연 내 말대로 별은 빛나고 있더구나. 나는 별빛에 내 어지러운 머리를 헹구는 느낌이었다. 우린, 공터에 나란히 퍼질러 앉아 새우깡과 소주를 마셨다. 난, 술이 약해 한 잔을 마시고도 취하는 느낌이었다. "해철아, 어쩌면, 난 떠돌아 다니며 삶을 배우고 너는 음악속에서 삶을 만나는 건지 모른다. 음악이 네 삶이라면 떠도는 건 내가 택한 나의 삶이야. 그렇지만, 나도 언젠가는 돌아오겟지." "......" "떠돌면서 배우는 것보다, 뿌리내리며 배우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고, 너도 언젠가는 음악을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지. 그때 너는 새롭게 네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고." 그날,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을 나는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네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한다는 걸. 나는 내 노래에 보내는 사람들의 갈채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갈채를 사실, 내가 열심히 보냈던 내 청춘에 대해 사람들이 보내는 작은 갈채라는 생각도한다. 그러나, 나는 이 갈채의 참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보내주는 갈채가 언젠가는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걸 두려워하지는 않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만나듯, 그건 어쩜 내 삶에서 일어났던 아주 즐거운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떠돌이 찰리. 내가 고여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너처럼 떠돌면서 삶을 배우려고 할지 모른다. 내 음악에 대한 긴 여행길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그러나, 지금 나는 서울과 지방, 연습실과 스튜디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련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식구들, 밤의 디스크쇼 가족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내가 보내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들려주며 지금,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을 살련다. 떠돌이 찰리. 나는 너에게 언제. 어디로 가느냐, 왜 가느냐, 뭘 하느냐-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러니 너도 나를 지켜봐다오. 네가 떠돌이 시절을 끝내고 우리 곁에 돌아올 때, 나는 너를 위해 따뜻한 난로와 순한 술을 한 병 준비하겠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술을 한 병 준비하겠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술을 마시며 다시 별을 보거 가자. 우리가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할 때, 언제나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던 그 별을. 그때, 너를 두고 내가 떠날지도 모르지만, 너는 나를 믿어 주겠지. 언젠가 내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