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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Oct
사랑의 날개는.. 사랑의 날개는 너에게 1작성자: 관리자 조회 수: 4468
밤의 디스크쇼. 신해철입니다.
약 석달 동안 밤의 디스크쇼를 진행하면서 제가 느낀 점, 또 우리 방송을 통해 여러분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내었습니다. 전, 약 석달에 불과하지만, 밤의 디스크쇼는 이종환 선생님을 비롯, 성시완 DJ 그리고 제 동료이자 DJ였던 이상은양으로 이어오면서 십년 넘게 계속되어온 MBC FM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프로듀서와 DJ, 그리고 라디오 FM의 국장님들 라디오국의 부장님들이 이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고, 또 열심히 청취해준 청취자들이 있어왔습니다. 세월과 사람들이 이어온 우리 프로그램은, 사실 이제는,FM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친구나 이웃이 되어 있다고 저는 감히 자부합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스탭들, 특히 김철진 프로듀서 선생님, 라디오국의 국장님, FM의 여러 어른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정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더욱 좋은, 착한 DJ 되겠습니다.
1991년 1월 스튜디오 창가에서 신해철
내 이름은 젊음 어떤 일에 숨막히도록 매달려본 적이 있는가, 온 힘을 다하여.다른 모든 걸 팽개치고 이거다, 정말 이건 이런 거다 하면서. 밤을 밝히고 새벽까지, 그리고 아침이 와서 새로운 하루의 태양이 창문으로 햇살을 던져줄 때쯤, 비로소 힘이 다하여 그냥 엎드린 채 잠들어본 적 있는가. 내가 젊다는 건, 내가 이럴 수 있기 때문일거다. 나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이거다-하고 생각하는 일로 그러고 있다. 내 이름은 스물셋. 아직도 나는 밤에 잠들지 못하고 밤을 밝힌다. 가끔, 내가 왜 이러지,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이 일이 정말, 이런 열정을 바칠만한 것인지를 생각한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나는 그렇다. 지금도 아침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면서 나는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은 스물셋. 나는, 나의 나이를 다 바쳐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친구여, 그렇지 아니한가.다른 일로는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고 몰려다니며 말썽을 저지르고 예쁜 여자만 보면 흘낏거리는 우리지만, 우리의 나이에 정말, 온 힘 다해, 숨 막히도록 열중하는 일 하나, 생각 하나 있지 아니한가.우리는 젊고, 우리 이름은 스물셋이므로.
1990. 10. 16. 날씨, 모처럼 맑음
사실, 신해철은 별거 아니지만,누구나 가슴을 열면, 몇 가지씩의 추억이 있듯 나도 그렇다. 그래서 가끔 폼을 잡으면 이런 추억도 떠오른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의 아코디언 이야기.' 나에게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작은 아코디언이 있었다. 내 방에 앉아, 아파트 공터에 앉아, 또 친구들이 숙제를 하던 운동장 구석에 앉아 아코디언을 켰다. 밤이 와도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둠이 부드럽게 내 어깨를 감싸고, 하늘의 모든 별들이 아코디언 소리를 내며 나에게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행복했고, 아코디언도 기분 좋은 듯, 작은 소리를 내며 내 가슴의 온기 속으로 기대어 왔다. 어느날, 공부도 밥도 뒷 전인 나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나의 아코디언을 부수어버렸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울었다. 내 가슴엔 아코디언이 없었다. 내 가슴의 온기를 나누어 가지던 아코디언은 이미 없었다. 나는 세상 전부가 사라진 것처럼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나는 아코디언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느새 아코디언은 내 마음속 작은 방에 저 혼자 들어가 삐걱거리며 저절로 작은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노래는, 서툴고 삐그덕거렸으나, 내가 내었던 어떤 소리보다 훌륭했다. 나는, 내가 켜야만 악기는 소리가 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노래란, 내 마음속 작은 방에서 언제나 울려나 오는,울려나와서 한없이 나를 흔들고 나를 위로하고 나를 때로는 괴롭히는 거였다.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내 작은 방 창가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들려올 것 같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지금은 내가 자라, 직접 노래를 만들게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내 어린 작은 방에서 들려오는 아코디언 소리를 듣는다. 그래,참으로 아름답구나. 내가 열심히 만들었떤 젊은 나의 노래여. 방송을 마치고, 나는 올림픽대로를 지나왔다. 강과 가로등,그리고 새벽 한시의 서울, 나는 지금도 그 소리를 듣는가, 들을 수 있는가 생각한다. 이미 그 소리는 자취가 없지만, 나는 나의 노래를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 이제 혼자 생각할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1990. 10. 22. 날씨, 내 마음속의 날씨는 언제나 맑게 갬
방송을 진행하다가 문득 창을 내다보았다. 아파트가 강을 가리고 있다.여의도 MBC의 FM 스튜디오는 칠층에 있다. 아파트만 없으면 멀리서도 전망 좋게 강이 보여야한다. 그러나 강은 보이지 않고,아파트만 보인다. 나는, 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 밤, 하늘 어딘가를 날고 있을 야간비행사들을 생각했다. 그 비행사들은, 밤중에 비행을 하며, 나처럼 문득 지상을 내려다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저기 켜진 불빛이, 한 잔의 커피와 따뜻한 빵이 기다리고 있을,자신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내가 외로움을 타고 있나보다. 내 목소리는, 전파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흘러가지만, 어쨌든, 스튜디오 마이크 앞에 앉은 나는 지금, 혼자가 아닌가. 혼자라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물론, 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나와 더불어 잠 깨어 있을 밤디의 식구들이 있을 것임을 안다. 그러나, 지금은 긴장되고 외롭다. 그리고, 저 아파트의 불빛 속으로 나도 스며들고 싶다.오늘은, 나의 외로움에 대해 적고 싶다. 밤디가족 여러분, 여러분을 두고 외로워하는 이 못난 DJ를 용서하세요. 그러나 심야스튜디오의 외로움, 그 외로움에 대해 한번, 생각해 주세요.
1990. 11. 10. 날씨, 날씨 중에 어떤 날씨는 옛날의 추억을 일깨워 주기도 함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여러분은 뭘 하십니까? 음악 듣기도 너무 늦은 시간, 뭘 먹기도 어중간한 밤,전 가끔 앨범을 꺼내 봅니다. 최근에 찍은 사진부터 아주 어릴 때 찍은 사진까지. 어떤 사진은 너무 우습게 나와 아예 보지도 않고 지나치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친구들을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사진에는 아주 낮선 얼굴들이 저와 함께 찍혀져 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 생각나는 얼굴이죠. 그런데 영 모르는 얼굴도 있습니다. 낡은 앨범을 꺼내 보면 낡다 못해 아예 누렇게 바래버린 사진. 그 속에는 정말 모르는 얼굴이 있습니다.누구지? 누구였더라? 분명 저랑 관련이 있어 우리집 앨범 속에 있을 텐데요.그러고 보니 그 사진 속의 얼굴은 저를 닮았습니다. 그제서야 전 그 사진이 누군지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저만할 때 찍었던 사진이었습니다. 솜털도 보송보송 나 있고.스탠드칼라의 교복과 모자,그 사진 속엔 세파에 시달리지 않은 단정한 젊은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버지.아버지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는데요. 전 갑자기 눈시울이 뜨뜻해졌습니다. 아버지-.정말 멋지게 늙어가세요.저는 앨범을 덮으며 저도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별이 참 고운 밤입니다.
1990. 11. 16. 날씨, 비 오고 바람 불었음
나의 뒷모습, 나의 그림자 언젠가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나만 걷고 있었다. 휘파람을 휘휘 불며 가다가 갑자기 나는 멈추어 섰다. 문득 드는 생각, 나는 나의 뒷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내 뒤통수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 등은 어떻게 생겼을까? 허리는? 어깨는? 그리고 걸을 때의 뒷모습은? 갑자기 뒷모습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내 눈으로 한번 내 뒷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난 갑자기 막 뛰어가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가서 거울 두 개로 뒷모습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가자, 빨리 집에 가서 내 뒷모습을 보자-, 막 뛰어가다가 난 다시 가만히 멈추어 섰다.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 내 발이 우직이는 데 맞물려서 그림자가 붙어 따라오는 거였다. 길게 늘어났다가 짧게 오무라들었다가 하면서 내 발목을 잡곤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집에 가서 내 뒷모습을 거울을 통해 본다 해도,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이니 어쩌면, 진짜 내 뒷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림자가 나를 잡고 놓아주질 않으니, 그림자는 어쩌면 내가 볼 수 있는내 뒷모습은 아닐까. 그리고 말이다.내가 내 뒷모습을 못 보는 건,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내가 잘못한 것, 내가 실수한 것을 말해주라는 의미는 아닐지-.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림자가 있는 건 혼자 있을 때라도 항상 날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내가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자신의 뒷모습을 자신이 못 보는 우리는 누군가와 더불어서 살아야 한다는 거고 그림자가 우리에게 각각 하나씩 있는건 혼자 있을 때, 언제나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는 건 아닐지.지금은 밤, 그대들도 그대들의 그림자와 같이 있겠지-.나 역시 그러하므로, 우린 같이 있는 거다.
난돌아빠
나의 별명, 난돌아빠.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멀쩡한 총각한테 아들이라니. 밤디가족을은 나에게 난돌아빠라는 별명을 붙여놓고 얼마나 깔깔거리고 잇을까.(난돌아빠란, 나는 돌이다-라는 말임) 곧이어 전국에서 난돌엄마, 난돌이모, 고모, 심지어는 나보고 형부-라니 아이고 징그러워라. 그러나, 나는 끝까지 해볼랍니다. 난돌아빠 DJ, 신해철.
용서해 주세요. 내 실수, 방송 중의 내 실수란 가끔 터무니없을 때가 많다. 어느날, 나는 1부 2부를 마쳤는데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를 한적이 있다. 하얗게 질린 진히누나, 저 누나가 왜 그러지? 우리 대장의 야릇한 표정. 아냐, 2부 끝났어!!"노래가 나가는 동안 나는 초긴장이 되어 정정멘트를 했다.아니예요. 3,4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속됩니다. 라디오 끄지마세요!!" 텔레비전이라면 이런 정정멘트는 하기 힘들다. 근데 라디오에선 이런 실수가 놀랍게도 빨리 용서를 받는다. 얼굴표정, 의상, 이런 게 드러나지 않고 서로의 귀에다 대고 생각을 이야기하듯 속삭이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도 나는 어떤 실수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여러분 빨리 나를 용서하시라.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있다.
1990. 12. 6. 날씨, 내내 우울
나에게는 요즘, 방송중에 묘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잠시 음악이 나가는 사이, 가끔 넋을 잃고 딴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다.왜 이런 버릇이 생겼을까? 해철이 너, 요새 이상하다." 김철진선생님의 말. "너 피곤하구나." 진희누나의 말. 냅둬. 지도 고민이 많겠지 뭐." 나의 이런 버릇은 한달쯤 되어간다. 나는 내가 왜 이러는지 사실, 안다. 무엇 때문이냐구? 그날, 나는, 녹음을 하나 마치고 잠깐 그곳을 다녀왔다. 생방송시간에 맞춰 방송국에 당도 해서 스튜디오 내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너, 우는구나." 나는 울고 있었다. 진희누나가 내 어깨를 두들겨주었다.곧, 방송시간이다. 준비해라."나는, 눈물을 닦고 엽서를 챙기고 오늘 나갈 곡들을 정리하고 원고를 읽었다. 그러나 계속 눈 앞이 흐려지고 목이 메어왔다. 물을 마셨다. 심호흡을 하고 어쨌든 이런 엉망이 기분과 갈라진 목소리로라도 방송은 해야했다. 어떻게 두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방송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초겨울의 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겉옷의 깃을 세웠다. 나는,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차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아니, 나는 차를 잘 찾을 수가 없었다. 계속 헤메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내 차는, 안개 저편으로 사라져서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차를 찾아 차 속으로 몸을 내던지듯이 던졌다. 그리고 나는 핸들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그날은, 김현식선배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그 후로 나는, 가끔 멍해진다. 같이 음악을 하던 선배 한 분의 죽음이 너무나 슬퍼서? 물론 그런 것도 있다. 근데 더 내 마음을 세차게 후려치는 건, 이런 슬픔, 저런 상처를껴안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이었다.얼마나 그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인가.그리고, 얼마나 많은 슬픔과 상처가 내 앞에 있을 것인가-. 때론 좋은 일도 있을 거다.그리고 좋은 일을 만나면 나는 좋아하겠지자, 다시 살아나가야지. 영광과 환히, 슬픔과 상처를 껴안고 내 악기들과, 내 악기들과 내마음이 만나 이루어내는 몇소절의 음악과 함께. 여러분, 미안합니다. 다시 환하게 제자리로 돌아오겠습니다.
1990. 12. 10. 날씨, 맑음
언젠가 저의 아버지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기분이 유쾌한 듯하면서도, 조금 쓸쓸하신 듯-,방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누나와 저를 부르시더니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지나고 나면 아무리 어려운 시절도 다 그리운 법이야." 술에 취해 하시는 말씀치고는, 좀 무거운 말이라, 누나와 저는 고개를 숙이고 듣고만 이었는데요. 잠시 후, 아버지는 코를 고시며 잠이 드셨고, 아버지에게서 풀려난 우리는 왜 저러시나,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버지가 바깥에 나가 가지고 오신 앨범이 눈에 띄었습니다.우단천에 금박을 입힌 좀 호화스럽게 꾸민 앨범이었는데, 앨범에 박혀 있는 글씨 '졸업 30주년 기념 앨범'. 어머, 어머, 졸업 삼십주년이 지나고 난 뒤 앨범을 만들었나 봐." 앨범 속에는 삼십년 전의 까까머리 고등학생의 흑백사진과 그 옆에는 지금의 모습. 머리엔 흰머리가 나고 주름살이 생기고 안경을 쓴...... 고등학생 때에는 다, 솜털이 나고 애띠고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부푼 얼굴이라면, 지금의모습은 인생에 있어서 성취한 것은 성취한 것대로, 실패한 것은 실패한 것대로, 말하자면, 삶의 실패와 성공, 좌절과 희망, 그리고 끝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반백의 얼굴들이 있었던 거죠. 더러는 일찍 저 세상으로 가서 고등학교 시절의 얼굴만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의 전쟁, 전쟁 후의 폐허가 된 조국, 가난와 가난을 이기려는 의지, 못 사는 나라의 자식으로 한세월 살아낸, 그리하여 이제는 늙어 한자리에 모인 그들, 영광도 있었을 거고, 상처도 또한 있었을 터이지요. 서로 싸우기도 했을 것이고 더러 화해도 했을 것이고 정말 더러는,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각기 다른 길로도 갔을 겁니다. 그들의 사진 밑에 박혀 있는 직업, 여당정치가, 야당 정치가, 사업가, 교사, 사진사, 시인, 화가, 그리고 실종, 사망......이들이 만나, 회포를 풀며, 지나간 이야기를 꽃피웠을, 동창회의 반을 떠올리며 저는, 우리 아버지들의 옛날과 오늘, 우리들의 내일을 떠올렸습니다. 삼십년 뒤, 지금의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 변해 있을까요? 한 시절의 굽이진 길에는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있을까요! 더러, 일찍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도 있을 터이고, 더러, 끝내 엇갈리는 친구도 있겠지요.그때가 되면 제 아들들은, 우리를 보며 또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