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 국민학교 시절
국민학교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내 피아노 실력은 좀처럼 향상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그래서인지 어머니는 4학년때 나를 영훈국교 브라스밴드부에 가입시켰다..아마도 '좀 더 음악적인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감춰져 있을지 모르는 음악적 자질이 언젠가는 나타날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셨던지 모른다. 피아노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나는 밴드부에서 내 마음에 드는 클라리넷을 선택해 불게 됐는데 클라리넷에도 역시 별반 재주가 없긴 마찬가지 였나보다. 밴드부 지도 선생님은 툭하면 나를 보고 '너는 인사성도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데 클라리넷은...'라며 못내 안타까워 하셨다. 이럴때면 나는 어린 마음이었지만 '왜 이렇게 나는 음악에 소질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몹시도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악기를 다루는데 소질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부모님을 닮아서인지(?) 노래를 부르는데도 영 소질이 없어 유독 음악 점수만은 늘 다른 과목성적에 비해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음악 기말고사를 노래 실기로 대치하든가해서 교실에서 노래 시험을 치를 때 한곡을 끝까지 불렀던 적이 없는 것 같다..반친구들은 내가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더 못들어주겠다'는 듯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다가는 마침내'와'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이정도 였으니 반에서 음치축에 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에는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이처럼 무대에서 내노라하며 목청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게 좀 우습기도하고 묘한 느낌도 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좀 조숙했던 탓인지 나는 국교 5학년 말께부터 소위 '헤비메탈사운드'에 심취(?)하기 시작했다..그때는 물론 헤비메탈이 뭔지도 몰랐지만 가끔씩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런 음악이 시원하게 가슴에 와닿은게 계기가 됐다..노래를 못한다는데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음악을 듣는데 더열중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뭣 모르고 듣는 음악이었지만 귀가 멍멍할 정도로 때려 부수는 듯한 그런 광란의 음악을듣고 있으면 왠지 가슴이 후련하고 충만한 느낌을 받았던게 사실이다. 집에서 장남으로 키워지고 또 그런 대접을 받았던 나는 그런 탓인지 적어도 집안에서만큼은 의젓한 장남답게 꽤나 묵직하게(?) 굴었다..그러다 보니 집에서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혼자 있을 때는 공부를 하건 다른일을 하건 늘 헤비메탈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곤 했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러니까 80년께에는 '스콜피온스'등 유명한 외국의 헤비메탈 그룹의 이름을 하나둘씩 들먹을 정도가 됐다..이때는 물론 피아노나 클라리넷을 다루는 시간보다 오히려 음악을 듣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이처럼 음악과 접하는 시간이 많았는데도 음치의 한계를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였다.